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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irn marking a mountain route
돌탑을 쌓으며 염원하기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사건, 공간, 시간에 대한 시각적 기록물을 아카이브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로 가공하는 작업입니다. 수집한 시각물들로 화면과 영상을 만들고 이 화면의 요소들을 오브제로 소환해 물리적 공간에 설치합니다. 이미지의 유기체적인 가변성을 토대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매체와 요소를 연구합니다. 기술이 발전되고 사회의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이미지의 형태, 인간의 대상에 대한 인지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서로 관계하고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되는 창작물은 영구적일 수 없는 이미지와 시각의 연약함을 보여주며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없이 유추해야만 하는 형태들이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인간이 감각에게 가지는 맹목적인 믿음, 그 믿음에 내재된 주술적인 기능에 주목하게 됩니다. 픽셀 이미지의 유동성과 유기체적인 가변성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들을 조형하며 오브제와 사건에 대해 가치가 이전되는 현상, 의미가 재부여 되는 현상, 새로운 공간의 창조 등을 실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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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way 작업소스 중 일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는 올해의 단어로 'hallucinate(환각)'을, 미국 출판사 메리엄웹스터에서는 'Authentic(진정성)‘을 선정했습니다. 이 단어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사실 여부과 관계없이 정보를 조립해 마치 그럴듯한 진실인 것처럼 생성하는 현상에서 기인합니다. 인공지능이 이용하는 정보들의 신뢰성,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 인간과 비인간의 범위, 불평등, 윤리성, 저작권 이슈, 디지털 수치심 등,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야기 할 때 앞선 이슈들은 충분히 논의 되어야합니다. 이미 기울어지고 불공평한 기존 사회 시스템의 내재된 문제점들을 악화시킬때, 기술은 차별을 더 심각하게 야기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고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식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지면과 스크린의 변화와 같은 기록의 지형이 달라짐에 따라 지면을 가치 있게 여기던 문화 또한 변화했습니다. 기존의 질서와 새로운 가치 사이의 마찰과 시스템의 재구조화에 따른 성장통은 불가피합니다. 매체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의 구조와 인지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예술적 열린 담론을 생성하고자 합니다. 해당 작업을 통해 기술에서 촉발된 문화는 어떤 것인지,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인간과 사회가 가진 신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인류가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은 어떤 모습이 될지,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어떤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 히토슈타이얼, 「면세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 문혜진,김홍기 옮김, 워크룸프레스, 2021, pp. 36-86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판데믹이 선언 되었을때, 인류는 예측 불가 상황의 연속이었던 이 시간을 거치며 탈진실 시대상의 극단적인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우리’라는 개념을 이어줄 국가적, 제도적 권위는 붕괴되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조각조각나 파편화 되어 절단된 맥락없는 자극들로 가득합니다. 이 환경은 개인의 영역에서 ‘믿고 싶음’의 욕망과 만나게 되고 개개인은 각자 그들만의 진실을 만듭니다. 각자의 진실은(객관적 사실이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집단 지어지고 새로운 공동의 진실을 창조합니다. 이 공동의 진실은, 예를 들자면 MBTI 테스트의 결과를 신뢰하는 대중처럼, 그 성격에 따라 문화화 되어 사회 안에 자연스레 심어지고 작동됩니다. 본 창작 활동은 ‘구조에 따른 변화’, ‘인지’와 ‘감각’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서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접근합니다. 시각적 매체 이동 작업을 통해, 탈진실 시대를 우리가 각자 가진 ‘필터’의 다름과, 인지의 맥락에서 이해하기로 합니다. 이 분열적인 상황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먼저 각자의 진실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보이는 서로의, 혹은 공공의 진실을 감히 의심하고, 이 의심들을 서로 공유하는 태도를 제안합니다. 이어서 우리가 각자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환대하는 노력과 공동의 영역을 건설하는 것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술적 실천입니다.

변화와 구조
1. 기술과 시간에 대하여

2019년 COVID-19 판데믹을 선언 되었을 당시를 기점으로 귀국하기까지, 아일랜드와 자카르타에서 약 3년동안 체류했던 경험으로 작업은 구체화 됩니다. 이 기간, 자주 자가 격리를 하며 체류지가 어느 곳이든 온라인으로 지인들과 소통을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 대화들에서 개개인의 시간이 매우 다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 질문하며, 사건이나 현상의 시간성과 공간성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간 안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물리 법칙에서 말하듯, 개개인이 각자 마주치는 현재들은 실제 모두 다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더불어 우리는 서로의 시간이 어떤 속도로 흘러가는지 아직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의 ‘현재’ 순간이 어떤 모습인지 그 밖에서 볼 수 없고 그렇기에 인지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감각적으로 자신을 느끼는 이 순간을 각자의 ‘현재‘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모두 같은 신체를 통해 같은 정보를 감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공동의 감각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감각 기관을 통한 인지의 과정이 마치 미신 혹은 우화를 믿는 것과 같다고 느껴집니다.

변화와 구조
2. 생김새와 언어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사람들은 소통할때, 주로 상징화 된 언어를 사용하며 교육된 공동의 개념을 통해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의 내부에서 발생되는 이 과정과 외부에 대한 반응들은 보통 인체의 겉면을 통해 튜닝되어 표현됩니다. 인체의 코어에 기계의 메인보드처럼, 인간의 사고와 인지 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감싸는 외모는 표피이자 껍데기 혹은 일시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상의 개념 압축 이전에, 자신 앞의 낯선 타인과 아무런 언어적 소통을 하지 않을때 ‘표면’을 통해 어떤 것을 인지하는 것은 최대 값의 정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지 작용에 대한 상념과 인간의 감각에 대한 믿음에 대한 질문은 사진관에서 일을 했던 경험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인체의 겉 부분인 피부 표피, 외모에 대한 강한 자극과 호기심을 느꼈고 그것이 마치 무른 찰흙같이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카메라는 빛을 포착해 색상 코드로 기록하여 이미지를 만듭니다. 사람의 눈은 망막에 맺힌 빛을 신호로 시신경에 정보를 보내고 뇌는 그 정보를 기존의 질서에 적용해 해독합니다. 인간이 몸을 통해 세상과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인지하는 행위는 자아를 안전하게 보전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감각입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면, 앞의 두 과정은 모두 무척 오염되기 쉬운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변화와 구조
3. 감각과 인지에 대하여

 시각 기록물로 시작되는 이 작업은 단계적으로 계획되고 몇개의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먼저 자기이론적 태도로 개인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아카이브합니다. 이어서 동시대 30대 미술가 여성의 역할 내에서, 경험과 인지를 통해 이미지와 데이터 자료를 출력합니다. 이렇게 아카이브 한 시각 자료들을 디지털 이미지, 조형물을 이용한 설치, 비디오, 빛등으로 매체 이동을 실험하며 작업을 전개합니다. 이는 인간의 사고 구조, 인지와 기억의 과정, 변화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작업은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탈락되고 획득되는 요소, 매체를 사유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본 작업은 가공이 되는 과정을 거치며 여러 층위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기록물이 촬영되는 순간의 시간, 기록물을 바라보는 순간, 이 것들이 뒤섞이고 형태가 변형될때 생성되는 시간, 관객이 각자의 시간에서 이것을 바라볼때 생성되는 시간등이 발생합니다. 시간이나 공간 같은 구조가 가진 고착화된 선형적 논리와 질서를 재구성하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그에 따른 인지 구조의 확장을 시도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지에 내제된 위계는 해체되고 전복되며 새로운 구조가 생겨납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의 변화, 인간의 감각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과 사회가 대상에 부여한 가치와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자 합니다.

Email : yimhyunjung91@gmail.com     

Tel : (+82)105015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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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 Jung 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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